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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수족관은 없어져야 하나? 본문
고대 이집트, 중국,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물원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그 시작과 존속은 미지의 대상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희소한 대상을 향한 소유욕이라는 본성에 충실한 결과다. 사람도 전시했던 과거의 동물원에 비해서 현대의 동물원은 분명히 수용 동물들과 관람객 모두에게 보다 더 쾌적할 뿐만아니라 연구, 교육, 종보존 같은 생물종의 생존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수용 동물의 복지를 챙기며 생물종 보존에 기여하고자 하는 변화가 자발적이기 보다는 이기적인 개인 또는 집단의 이윤 추구라는 자본의 논리에 따르다 보니 생긴 부수적 현상이긴 하지만 그 효과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굳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들먹이지 않아도 개인 이기심이 의도치 않게 사회에 만들어 내는 긍정적 효과의 예는 많다. 1
세계자연보존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의 적색목록(Red List) 분류에서 야생절멸(Extinct in the Wild, EW) 상태에 있는 종은 동물원 개체의 생존과 종의 생존이 동일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동물원의 역할은 막대하다(또는 그 종의 생존이 가지는 가치에 비례해서 중요하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종은 동물원 수용 개체의 희생이 그 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더라도 종의 생존에 직접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거나 미미한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그 희생이 다른 종(대부분의 경우 Homo sapiens)의 이익을 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심각한 멸종위기(Critically Endangered, CR)에 처한 바키타(Vaquita, Phocoena sinus Norris & McFarland, 1958)의 경우는 별도의 보호시설 내지는 보호구역(확장된 의미의 동물원)에 수용하여 적극적인 보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IUCN 적색목록에서 안정 상태(Least Concern, LC)로 평가되는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 Tursiops truncatus Montagu, 1821)의 경우 ‘고어진’처럼 구조 치료 목적의 단기간 수용이 아니라면, 수용 개체의 관점에서 동물원은 불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어진’ 단일 개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동물원(울산광역시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을 통해 훈련된 지식과 인력이 개체의 생존에 기여했으며, 큰돌고래 종 전체 내지는 고래류 전체 입장에서도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생존 위협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동물원이 계속 축적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2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태산이와 복순이 2017년에는 금등이와 대포로 이어지며 3번째 남방큰돌고래 방류가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의 방류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수족관들에 수용되어 있는 다른 종의 고래류 방류를 요구하는 목소리고 점차 커지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경우 제주도 연안에 개체수가 100여마리밖에 되지 않은 작은 무리에서 불법 포획된 개체들이라는 점과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점 등이 자연방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수족관에 수용되어 있는 모든 고래가 자연방류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수족관에 있는 큰돌고래의 자연방류 여부는 일차적으로 동물원의 존재를 인정 내지는 수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그 후 자연방류 대상 개체가 처한 다양한 생물학적, 생태적, 정치적 환경 등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최선을 선택하거나 차악을 배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언제나 삶이 그렇지만 어떤 판단의 기준이 늘 절대 진리에 근거하지도 않고, 과거와 달라진 환경으로 인한 새로운 결정이 과거를 오롯이 비난의 대상으로 만든다면 변화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동물복지를 위해서 모든 동물원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동물원이 수행중인 다양한 역할의 소멸도 수반하게 된다. 그 중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