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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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9 세상살이

샌 프란시스코 실내 수영장의 아르바이트 소년

sealover 2019. 4. 11. 15:08

휴가를 위해 방문한 샌 프란시스코에서 수영을 가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 보았다. 샌 프란시스코의 Recreation and Parks Department에서 운영하는 웹페이지의 SWIMMING POOL INDEX에 보면 모든 공공 수영장이 다 나와 있다. 모두 9개이다. 숙소 바로 옆(몇 백 미터 이내)에 수영장이 있어서 엄청 흥분하면서 안내 페이지를 열었더니 2021년까지 내부수리 중이란다. ㅋ 그런 행운이 내게 올리가 없지. 그렇지만 수영장이 무척 많다고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보니 모두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25m 레인 3~10개 정도의 다양한 규모의 수영장들이 있는데 작은 수영장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새벽 시간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많은 수영장들이 낮 시간에 문을 열고 대부분 아이들을 위해서 개방을 하고 있어서(rec swim을 한다. 다시 말해서 레인 철거하고 물놀이를 한다.), 랩 스윔(lap swim, 흔히 말하는 뺑뺑이 돌기)을 허용하는 시간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로 그렇게 길지가 않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적뒤적하다가 집에서 버스와 전철을 갈아 타고 30분 정도 걸려서 갈 수 있는 곳에 새벽 시간(6~8시)에 랩 스윔을 허용하는 수영장이 있어서 찾아 가게 되었다. Balboa 공원에 있는 수영장이다(참고로 수영장에 갈 때 락커를 잠글 자물쇠를 가져가야 한다. 아니면 짐을 싸들고 들어가서 풀 사이드에 놔둬도 된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수영장에 찾아가서 입장료를 카드로 지불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정확하게 현금 $6를 가지고 와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20 지폐 하나 뿐이라면서 약간 당황해 하니까, 데스크에 앉아 있던 학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그러면 오늘은 그냥 들어가고 다음 번에 오늘 것까지 같이 $12를 지불하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고맙고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미국이라는 곳이 어떻게 보면은 굉장히 인심이 야박하고 사람을 못 믿는 곳인데, 도심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순박하고 서로를 잘 믿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가끔 이런 경험을 하는데 그 때마다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이번에도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오전 내내 그렇게 쉽게 다음 번에 와서 돈을 달라고 하는 그 학생의 말과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정직하게 행동하고 사람을 믿으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무조건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적어도 학교 교육을 받는 동안은 서로를 믿어야 한다고 가르치는게 옳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너무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믿지 못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도시에도 관광을 위해서 다니는 거리에는 노숙자나 걸인들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그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수영장 오가면서 아침 출근 시간에 기차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여는 직장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약간 조급한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 사회를 떠 받치고 있지 않을까?

수영장의 그 소년(틀림없이 수영 선수를 꿈꾸는 고등학생일거리고 나는 생각한다.)을 보면서 무척 잘 자란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갑갑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자기 주변 어른들의 행동을 거울삼아 도덕과 사회성을 배우고 익히면서 자란다. 결국 나와 우리 세대 모두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운 하루였다. 바른 어른이 되고 싶다.  

<발보아 수영장.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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