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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Whales)

동해를 떠난 고래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sealover 2019. 12. 3. 17:07

동해의 또 다른 이름 경해(鯨海), 지금은 어떤 고래 살까」라는 신문 기사는 동해에 많았던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참고래, 혹등고래를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 고래들이 다시 동해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야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게 좀 있다. 근대화 이전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태를 농사를 지으며 한 곳에 머무는 정착민과 가축의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이 살아가는 방법은 비슷하기 마련이라 다른 동물들도 정착형과 이동형(또는 회유형)으로 나눠진다. 물론 정착과 이동의 범위와 정도가 다양할뿐만 아니라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다른 비율로 섞여있는 중간 형태도 무척 다채롭게 존재한다.

생물의 이동 또는 회유는 또다시 연어와 뱀장어처럼 일생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일어나는 것도 있고, 1년을 주기로 계절에 따라 일어나는 것도 있으며, 하루를 주기로 하여 밤과 낮에 머무는 곳을 달리하는 것도 있다. 이 글에서는 1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회유만 이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고래들은 어떤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처럼 아주 확연한 정착성도 있지만, 위의 고래들은 모두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생활사를 가진다. 북반구의 회유 동물들은 대부분 여름철에 먹이가 풍부한 북극같은 고위도 지방으로, 겨울철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고래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고래들이 이동하는 지역들을 과학자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구분한다.

먼저 여름철에 먹이를 사냥하고 배를 불리기 위해 모여드는 곳은 먹이장(feeding ground)이라고 부른다. 겨울철 출산, 육아, 짝짓기 장소는 아주 가끔 분리되어 있기도 하지만 보통 한 지역인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을 번식장(nursery ground)이라고 부른다. 둘 사이를 오가는 길목들은 회유(또는 이동) 경로(migration route)라고 부른다.

이제 이들이 왜 동해에 왔는지를 생각하면서, 처음 했던 질문 "이 고래들이 다시 동해에 돌아올까?"로 되돌아가보자. 먼저 과거 미국 등 서구 열강들의 포경 자료를 분석해 보면 긴수염고래는 동해를 먹이장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유나 정착을 하는 모든 동물은 가장 먹이가 많은 살기 좋은 장소에 먼저 모이고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차츰 그 주변부로 분포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부동산 가격을 떠 올리면 얼추 비슷하다). 서부태평양의 긴수염고래 먹이장 핫플레이스는 오호츠크해다. 지금 긴수염고래는 거의 멸종 위기 수준으로 그 수가 줄어든 상태이다. 포경 이전 수준으로 엄청나게 수가 늘어서 오호츠크해가 꽉 차야 동해까지 먹이를 먹으러 내려올텐데 현재로선 상당히 요원해 보인다.

귀신고래는 동해를 회유 경로로, 남해안의 다도해를 번식장으로 이용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이 귀신고래의 번식장이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고 시끄러워지자 귀신고래들이 조용한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로 자리를 옮긴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조선소 같은 공업시설, 양식장, 어업 활동, 관광 등으로 시끄럽고 번잡하기 짝이 없는 남해안으로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면 동해안은 사정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서 봄과 가을에 베링해와 멕시코를 오가는 귀신고래들을 무척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여름철 사할린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귀신고래가 100여 마리에 불과해서 그 수가 적기도 하고, 겨울에 어디로 가는지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동해안을 지나가는 귀신고래를 볼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에서 거의 1년 내내 참고래를 잡았던 일본의 포경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고래는 우리나라 서해를 번식장으로, 남해와 동해를 이동 경로로 사용했다. 요즘도 참고래는 아주 가끔 우리바다에서 발견되기는 하지만,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해 바다에서 다시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해 참고래가 돌아올지는 큰 의문이 든다. 물론 줄어든 개체수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역시 이들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혹등고래는 과거 자료가 많지 않아서 알기 어렵다. 혹등고래는 그 화려한 곡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의 기억에 크게 각인되기 때문에 오래된 문헌에도 발견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옛날에도 그 수가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혹등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고래들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는 「동해 동남제도 인근의 고래 수난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면 이들의 발길을 동해로 돌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긴수염고래의 경우 북태평양 전체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야 핵심 먹이장에서 자리를 못 잡은 고래들이 동해까지 찾아올텐데 그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나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먼저 먹이가 늘어나야 하는데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귀신고래와 참고래는 개체수도 늘어야 하지만 사람들의 괴롭힘이 없는, 번식장으로 사용할 조용한 장소를 확보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현재 인간이 해양 공간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소음을 증가시키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생활 양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번식장이나 먹이장으로 가장 중요한 비교적 좁은 해역들을 보호구역(Marine Protection Area)으로 지정해서 보전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정도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을테지만, 그런 해역을 지정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다. 물고기나 플랑크톤 같은 고래 먹이가 풍부한 바다에 고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바다는 물고기도 많아서 어업인들에게도 좋은 어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어업을 금지하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곤란하다. 만약 보호구역 지정이 되더라도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고 관리하는 일은 더 어렵다. 이처럼 적극적인 방법으로 고래들을 동해 바다로 돌아오게 만드는 일은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과학 기술과 경제력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인간으로 인한 사망(Non-Deliberate Human-Induced Mortality)을 줄이는 간접적인 방법은 사용할 수 있다. 선박과 충돌하거나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서 죽는 고래들의 수가 꽤 많은데, 이 수를 줄이기만 해도 고래 개체수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의 사용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따른 비용을 누가 지출할건지 사회적 합의도 도출해야 한다. 제도의 이행을 담보하는 처벌 규정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뉴욕항 부근에는 긴수염고래 보호를 위해서 선박의 속도를 줄여서 운항해야 하는 시기와 지역을 설정했다. 또한 고래를 찾는 장치를 개발해서 바다에 설치하고 고래가 나타나면 알려주는 앱(Whale ALERT)을 개발해서 보급했다. 부근에 고래가 있다는 경보를 받은 선박은 속도를 낮추고 주변 바다에 고래가 있는지 살피면서 항해를 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면 고래가 선박과 충돌하는 일을 줄일 수 있지만 많은 사회적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 지출 여력이 있고 제도 이행에 공감하는 시민이 있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가 맞닥뜨리는 문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Whale ALERT 앱 실행 화면>

동해로 돌아오는 고래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사회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접근 방법이 가장 타당한지?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지? 하나씩 차근차근 고민해 봐야 한다. 문제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문제를 알았다 하더라도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나도 어린이들에게는 "바다를 사랑하고 아껴서 살기 좋은 바다로 만들면 고래가 돌아올 거예요."라고 쉽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수 많은 어려운 고민들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노력도 모두 달라질 터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좋은 생각이 있나요? 알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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