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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본문
2022.10.24. 오전 11시경 아버지를 요양 병원으로 모셨다. 아버지는 1933.4.1.(음력)생으로 우리 나이로 아흔이다. 2012년부터 치매 예방약을 드시고, 2018년 즈음 치매 진단을 받으셨고 올해 6월 경부터 당뇨약을 드신다.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상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9월 8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는데, 심한 기침 등에서는 회복되셨지만 열흘이 지나도 여전히 입 맛이 없어 음식을 잘 못드시고 기력이 없으셔서 9월 19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입원하셔서 돌봄을 받으시면 집에 계신 것보다는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병원에서도 선선히 입원을 하시라고 하면서 X-ray 등 꽤 루틴해 보이는 검사를 몇 가지 했다. 그런데 폐렴이 상당히 진행되었고 결핵도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노인들이 폐렴에 걸리면 기침보다는 입맛을 잃어버리는 게 가장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식욕 부진을 일반적인 코로나 감염 후 증상이겠거니 하고 곧 회복되실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라는 변수를 너무 무심하게 보고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원 후 염증(CRP, C Reactive Protein) 수치, X-ray 등 병원에서 전해주는 여러가지 정보와 담당 의사의 소견은 입원 당시와 비교해 크게 호전되지도 나빠지지도 않고 고통스러운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가끔 잠에서 깨어나 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실 때면 오늘은 좀 나아지셨다는 생각에 잠시 기뻐했지만 이런 상태가 일주일 이어지다보니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확대해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각종 수치와 의사의 소견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입원 직후부터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객담(가래)을 받아오라고 한다. 양이 적어서 진단이 안 된다고 해서 여러번 보내드렸는데 네 번째인가 보낸 샘플에서 10월 4일 결핵 진단이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기력이 쇠하면서 잠복 상태의 결핵이 활성화되는 일은 꽤 흔하다고 하지만, 코로나에서 페렴과 결핵으로 계속 불길이 커지니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부랴부랴 1인 음압 병실로 옮기고 결핵 치료가 시작되었다. 이제 담당의사가 연명치료 의향에 대해서 조심스레 물어본다. 아버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2018년 6월 21일 이미 등록하셨기에 어머니, 동생 내외와 논의한 후에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오만 생각이 머리 속을 왔다갔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날들이 흘러간다.
다행히 호흡기 질환이 모두 호전되었다. 병원에 오신 지 한 달이 지난 10월 21일 퇴원이 결정되었다. 9월 8일 이전에는 혼자서 개인 위생이나 모든 걸 다 처리하셨지만 이제는 도움이 필요하다. 9월 8일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셨다. 어머니 혼자서 아버지를 돌보기 어려워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요즘은 요양 병원으로 모시고 나면 면회가 어려운 점이 가장 답답하고 힘든 부분이다. 그나마 요양병원 직원들은 환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무척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Myriams-F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