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두 주간의 시드니 여행 본문
몇 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의 컨셉을 고민하다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관람'으로 결정했다.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오페라 관람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근사한 이미지로 머리 속에 남아있어서 살면서 한번은 해보고 싶은 이벤트로 오페라 관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왕이면 잘 알려진 유명한 극장,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싶었다. 공연이 목적이 아니라 공연을 보는 나의 모습이 목적이다. ㅋ
호주는 여름에 방문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해서 호주의 초겨울인 5, 6월에 여행하기로 했다. 그 기간 중, 6월 초에 비비드 시드니, Vivid Sydney 라는 축제가 있다고 해서 뭔가 볼거리가 있겠거니...하고 그 시기에 날짜를 맞췄다.
늘 하듯이... 항공권을 먼저 사고, 곧이어 호텔을 예약하고 한참 잊고 지내다가 오페라 예약을 했다. 머무는 동안 리골레토, Rigoletto와 아이다, Aida 두 개의 공연이 있어서 둘을 예매했다. 지나고 보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보통 한 공연을 한 달 정도 하기 때문에 공연 두 개를 보려면 날짜를 잘 맞춰서 방문 일정을 잡아야 되는데 우연히 잡은 날짜가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오페라 하우스 개관 50주년 기념으로 공연이 더 풍성하다. 오페라 좌석 선택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비싸고 좋은 자리도, 싸고 가성비 좋은 자리도 이미 예약이 끝났고 어정쩡하게 비싸고 애매한 자리만 남아있어서 그걸로 구매했다. 만일 오페라가 목적이라면 공연부터 여러개 예매하고 항공권과 숙박 날짜를 조정하고 관람할 공연만 남기고 나머지는 취소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페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 관광 상품에서 제시하는 장소들을 목록으로 정리해서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꽤 먼 곳도 있고 일일이 찾아다니기 귀찮아서 도착해서 첫 삼일은 한국 여행사의 현지 관광 상품을 구매했다. 이렇게 삼일간 약간 강행군을 하면서 잘 알려진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이드에게 호주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물어서 사전 정보를 얻었다. 시드니 현지에 대한 워밍업을 부드럽게 할 수 있어서 이 선택도 좋았다. 이 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드니 타워에서 점심 부페를 예약했고, 다양한 디너 크루즈 상품 중 하나를 예약해서 시드니 항 야간 크루즈도 했다.
비비드 시드니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일주일에 두번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마주보고 있는 써쿨러 키에서 드론쇼도 하고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연과 화려한 설치 예술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히 컸다. 밤에 가족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안전한 밤거리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호텔을 외곽이 아닌 다운타운에 정한 것도 비비드 시드니를 즐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귀국 이틀 전에 행사가 끝났는데 행사 기간과 판이하게 다른 썰렁한 밤거리를 보면서 이번 여행 일정과 호텔을 정말 잘 잡았다고 새삼 느꼈다. 호주는 영국 여왕 생일을 축하하는 큰 연휴가 6월 첫 주에 있어서 그 날짜에 맞춰서 하는 축제라고 하는데 여왕 돌아가셔서 이제 바뀌려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해변을 많이 걸어다녔다. 여행 기간 대부분 하루에 삼만보 정도를 걸었다. 사암으로 이루어진 호주의 해변은 깍아지른 절벽이 많다보니 찬찬히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아름다운 절벽이 많고,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 Lookout point 도 많다. 모래 해변이 무척 길고 넓은데 모래 입자도 너무 곱다. 구글 지도를 통해서 현지인들만 아는 잘 안 알려진 해안의 절경들을 찾아 다녔다. 구글 지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아무래도 외진 곳에 대한 정보이다 보니 길이 없는데 계속 가라고 고집부릴 때도 몇 번 있었다. 이상해서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면 거기 길 없다고 한다. ㅋ 이렇게 해변을 거닐며 수영도 했고 돌고래도 봤다. 멀리서 혹등고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연이은 물보라, Splash도 본 건 덤이다. 같이 보는 사람들도 모두 모여 웅성거리며 고래라고 한다.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오페라, 비비드 시드니, 해변 산책을 즐기며 두 주를 지루하지 않게 보냈다. 시드니를 다시 둘러보지 않아도 될만큼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 아쉬움이 없다. 하지만 바닷가 산책과 오페라 관람은 다시 해보고 싶다.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