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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살이/2010 세상살이

CITES CoP15, 해상으로부터의 반입과 노르웨이의 외교 전략

sealover 2010. 3. 24. 19:36
금번 CITES 15차 당사국 총회 (15th Conference of Parties, 줄여서 CoP15)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수산업에 대한 CITES의 관여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다양한 해양생물 (Marine Species)을 거래금지목록에 올려놓고 있지만, 특히 금번 총회에서는 참치를 비롯한 일부 수산생물 (Commercially-exploites Aquatic Species)을 목록에 등재하려는 시도를 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당사국들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불편함의 근본에는 "해상으로부터의 반입, Introduction From the Sea, 줄여서 IFS"이라는 조항이 자리하고 있다. CITES의 기본 원칙은 국제거래를 제한 (즉, 공급을 차단; 잘 알겠지만 거의 모든 인간 사회생활에서 수요를 해소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는 효과가 있지만, 공급 제한을 통한 문제 해결은 항상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하여 멸종위기생물의 채취를 차단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협약의 정의에서 "IFS도 거래다" 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 조항이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우선 the Sea가 도대체 뭐냐? 해운대 앞바다냐? 태평양 한가운데냐?에서 부터 논란을 일으킨다. 여기에 대한 논의는 1998년인가 호주가 처음 제기한 이후 지난 2007년 CoP14 (2007년 코펜하겐)에서 완결되었다. 아주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UN해양법상 공해, 배타적경제수역 바깥쪽 바다라고 생각하면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공해라고 이해하면 거의 틀림 없다. 

이제 "해상으로부터의 반입"에서 해상을 정의했으니 2007년부터는 반입, Introduction이 일어나는 시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논의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국가 the State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선박은 그 나라의 영토라고 한다. 이를 "기국 Flag state 주의" 라고 하는데 이를 적용할 경우 공해에서 고기를 잡아서 배 위로 올리면 Introduction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국제거래는 세관을 통과하는 시점, 고기를 잡은 경우는 어획물을 항구에 내릴때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여 항구국 Port State을 반입의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지난 3년간의 논의에도 결론을 못 내려서 금번 CoP에서 회원국 투표에 붙이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단도 회의 참석 전에 이 문제를 깊이 검토했지만 어디를 선택하더라도 CITES 협약의 이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IFS를 거래로 본다는 조항 자체가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지난 3년간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검토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하기가 어려워서, 기국과 항국국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원양어업 등에 그나마 유리한 결론이 나올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금번 CoP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별도의 회의가 열려서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의견을 발표, 조율하고 최종 결의문을 작성해서 아쉬운따나마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된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이런 다자간 국제회의에서는 Working Group 이라는 별도의 전문가 또는 이해 당사자간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가들은 대부분이 찬성을 하게 마련이다) 노르웨이가 본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침이 오기로 되어있다고 그 이후에 본 회의에 발표를 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노르웨이 대표가 본국 지침 하달이 자꾸 늦어져서 미안하다면서 회의 마지막 전날 저녁에야 Working Group을 열자고 해서 참석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건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참석한 사실이 눈에 띠어서 드디어 이들도 IFS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가고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고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노르웨이 대표가 Really를 5-6번 보태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노르웨이는 수산업 문제에 CITES가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지난 3년간 회의의 결과로 제안한 결정문을삭제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이야기 할 때는 정말 황당하고 이런 일을 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이어서 라틴 아메리카와 중국의 찬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번 보고서 작성에 고생을 한 미국 대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진전 Progress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 했지만 묻혀버렸고, 중요한 어업국인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물었을때 역시 부정적인 답이 나가자 삭제하기로 하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여기서 노르웨이는 아주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회의 마지막 전날 합의를 위한 Working Group을 열어서 더 이상의 논의를 할 시간적 여유를 차단하는 벼랑끝 전술을 썼고, 라틴아메리카를 동원 (물론 추측이다)하여 세력을 확보했고 한,중,일 3국은 자신들의 의견에 당연히 찬성하리라는 확신으로 과반을 확보하는 작전을 썼다. 

노르웨이의 또 다른 원군은 컬럼비아 대표였다. 환경부 소속으로 생물다양성협약 "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담당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CBD의 가장 큰 특성이 합의에 의한 결과 도출이며, 이 회의는 처음이며 지금까지 참석하지 않고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이렇게 많은 참석자가 합의하지 않는 내용을 끌고 갈 필요가 있냐는 반문에 모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회의 마치고 노르웨이, 컬럼비아 대표가 악수하면서 금번에는 CITES의 수산업 문제가 비중이 커서 CBD에 가지 못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회의가 열려서 우리 환경부도 곤란했음), 여기서라도 너를 만나니 반갑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노르웨이의 작전이구나...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참으로 국제회의에서의 역량 부족을 깊이 새긴 짧은 회의였다.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단지 하나의 의견만 던져주고 회의장에 앉아 있는 대한민국이 마냥 기쁘지도 않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퍽이나 무겁고 가슴이 먹먹했다. 

최근 국격을 논하는 모습을 언론 등에서 자주 보는데, 국격 (기업의 사회 이미지도 마찬가지다)은 인격과 마찬가지로 돈이 많다고 지식이 많다고 생기는게 아니다. 그 나라의 평소의 지속적인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기여에서 나온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막연히 보상도 기대한다. 

CITES라는 175개국이 모인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고, 누구와 의견을 나누고, 무엇을 바라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나에게 발등이 떨어진 다음에야 행동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다른 누구를 우리는 얼마나 배려하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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