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대성당) 건축에 동참?하다. 본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왔다.
일요일 오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부터 준비해서 성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관광객 대상의 무료 입장이 아니라 일요일 아침 9시에 열리는 International Mass라는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입장시켜 주는 것이다. 성당 내부를 돌아다닐 수 없고, 입장과 동시에 안내에 따라서 정해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성당 구경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나가기도 애매해서 QR로 알려주는 미사 순서와 기도문을 담은 문서를 다운로드하고 어정쩡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생애 첫 천주교 미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천주교 미사를 전혀 몰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작을 기다리며 미사의 구조, 순서 등에 대해서 폭풍 검색을 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오늘(2024.3.24.)이 평범한 일요일이 아니라 부활절(Easter) 일주일 전, 고난주간(Holy Week)이 시작되는 종려주일(Palm Sunday)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성금요일(Holy Friday)에는 그 유명한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의 명품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는다. 우연히 참여한 미사가 천주교에서 뭔가 비중있는 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묘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나를 부르시는건가. ㅋ
미사 시작 전에 전화기를 끄고 사진을 찍지 말라고 안내를 하지만,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수많은 중생들은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두리번거린다. 미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정말 1%도 안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나도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성당에서 배포하는 문서에 사제가 낭독하는 기도문에 호응하는 예배자의 기도문도 적혀 있지만 그것까지 따라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 ꈍᴗꈍ) 이런 중생들을 데리고 미사를 집도하는 사제 또한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가 이어지면서 사제가 스페인어 혹은 까딸루냐어로 설교하는데 "헤수스(Jesus),"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Eli Eli Lama Sabachthani?)," "아뉴스데이(Agnus Dei)" 처럼 알듯한 단어들도 들리고, 날도 날이니 만큼 무슨 내용일지 대충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정말 중요한 전달 사항은 영어로도 안내를 한다. 성당 건립에 도움도 줄 겸 헌금을 하라고 해서 2유로를 헌금통에 넣었다. 그렇게 가우디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 나도 동참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머리 위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내가 천주교도가 될리는 만무하겠지만, 종교 의례에 처음부터 끝까지 동참했다는게 기분이 묘하다. 왠지 내가 순수해진 느낌도 든다.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동영상은 부활절 기념으로 고난의 파사드에 새겨진 조각들을 조명으로 하나씩 하이라이트 해 가면서 예수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