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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놀자!!

⌜문장 강화,⌟ 고교 또는 대학 수업 중 선생/교수님이 추천하셨던 도서인데 어느 분이신지 기억이 부정확하다. 범우문고에서 발간한 문고판(범우문고 129)으로 20대에 두어번, 그 뒤로 한두 번 더 읽은 듯하다. 며칠 전 나른한 오후, 간단한 읽을 거리를 찾다가 이 책을 펼쳤다. 아래 문장이 늘 이 책을 다시 들게 한다. 글 짓는 데 무슨 별법(別法)이 있나? 그저 수굿하고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하면 그만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생이지지(生而知之)하는 천재라면 오히려 삼다(三多)의 방법까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배워야 아는 일반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리나 행동이나 모든 표현이 기술화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견해와 이론, 즉 작법(作法)이 천재에 접..

맨주먹 어린 시절 학비무료, 숙식제공, 용돈지급의 매력에 빠져 사관학교를 진학 목표로 정했다. 바른 차렷 자세가 생도 조건 중 하나라는 이야기에 거울 앞에서 속옷만 입고 생전 처음 찬찬히 내 몸을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야위고 상체에 근육이라곤 하나 없어서 무척 빈곤해 보였지만 좌우 균형이 맞고 무척 바르다고 평가했다. ... 사관학교는 못 갔다. 대학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를 프레스 공장에서 하다가 사고로 한 손의 손가락을 여러개 잃었다. 청춘의 그날까지 주로 썼던 손의 익숙함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몸의 자세가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변화를 느끼고 있었지만 좌우가 완전 대칭인 생물은 자연에서도 무척 흔치 않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몸 비뚤어짐의 되먹임이 시작, 심화 그리고 누적되..

주말 부부에 업무상 출장도 꽤 있는 편이라 수영장 월회원 등록 없이 일일 자유 입장으로 수영을 한다. 일일 입장을 허용하는 수영장이 많지 않아서 상당히 번거롭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여러 수영장을 가게 되는데, 그때문에 생긴 수영장 애정 아이템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수세미, 다른 하나는 1회용 생수병 뚜껑이다. [수세미]가끔 청소하고픈 거울을 가진 수영장이 있다. 수세미는 그런 뿌옇게 흐린 샤워실 거울을 닦을 때 쓴다. 엄청 깨끗해지지는 않지만 한번 쓱쓱 문질러주면 거울 볼 때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생수병 뚜껑]수영 마치고 수영복 등을 맑은 물에 한번 헹궈서 퇴근 때까지 차 안에 걸어두는데, 세면대에 물 마개가 없는 곳이 의외로 많다. 흐르는 물로만 헹구면 왠지 섭섭하다. 생수병 뚜껑은 이런 경우 ..
내가 첫 통영 근무를 시작한 1998년, 알타비스타 같은 기계 검색엔진이 반짝 맹위를 떨쳤지만 여전히 인간 노동 검색엔진 야후를 넘어서지 못하던 그 시절 구글을 처음 만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야후는 쇠락했고, 나는 점차 구글에 빠져들었고, 대한민국은 네이버가 장악했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 숙제, 사람사는 이야기 기웃거리기, 놀거리와 식당 추천은 네이버가 친숙했고, 구글은 끊임없는 내 궁금증의 동반자였다. 만일 내가 사는 우주에 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구글이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당시 농담반 진담반으로 종교는 구글교라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이 절대 강자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검색엔진 소비 패턴과 비슷하게 네이버와 구글이 (쉽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남았다.202..
ChatGPT가 만든 충격이 일상으로 잦아들면서, 이 새로운 세상이 서툴게나마 익숙해질 무렵 또 새로이 찾아온 변곡점이 딥시크, DeepSeek다. 사용자 입장에서 딥시크는 요즘 앞을 다퉈 생겨나는 생성형 AI 중 하나고, 중국산 치고는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 정도의 평가가 전부다. 그나마 이제는 관심이 식었다(2025년 4월).하지만 딥시크는 생성형 AI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장에 발을 넣고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사업자들에게 큰 파장을 던졌다. 딥시크 이전에 오픈AI 같은 생성형 AI 개발 업체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GPU 확보였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생성형 AI 서비스 생태계는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1)GPU, 2)수천, 수만개의 GPU를 병렬로 연결하는 통신기술, 3)GPU를 제어..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미 발표한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대한 변주를 만들고 싶어서 이 소설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뜬듬없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식물의 생존 방식인 태양과 물만을 자신에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뜬금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지만, 육식은 폭력과 맞닿아 있고 주인공이 살아오면서 겪어온 누적된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다는 걸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폭력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기에 극단적인 채식에서 결국 먹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 또한 폭력과 일상의 경계가 애매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폭력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