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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놀자!!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미 발표한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대한 변주를 만들고 싶어서 이 소설들을 썼다고 한다. 주인공은 뜬듬없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식물의 생존 방식인 태양과 물만을 자신에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뜬금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지만, 육식은 폭력과 맞닿아 있고 주인공이 살아오면서 겪어온 누적된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다는 걸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폭력의 경험이 워낙 강렬했기에 극단적인 채식에서 결국 먹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 또한 폭력과 일상의 경계가 애매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폭력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장..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해서, 마흔 명 남짓한 청춘들이 같은 과를 다녔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2024.6.2., 일요일).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고 보니,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앞가림을 할 때까지 나의 생존은 의무 사항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생명보험도 딱 그 나이까지 보장이 되는 걸로 가입했다. 내 기준으로 보면 친구는 의무 생존 기간을 넘겨서 살았지만 너무 짧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 근엄한 얼굴이든 미소 띤 얼굴이든 대부분의 영정 사진은 그 사람 삶의 찰나를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데, 단정한 옷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사진은 그의 삶을 온전히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늘 미소를 달고 다니던 친구였다. 이 글을 쓰면서 그의 찡그린 얼굴, 화난 얼굴을..
재밌게 읽었다. 읽기 쉬운 건 아니다. 한 두번 더 읽어야 할 책이다. 인간이 평생 자기 뇌의 10%도 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나도 어린 시절엔 뇌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면 슈퍼 인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가끔했었다. 아마 이런 생각의 끝판왕은 뤽 베송 감독의 2014년 영화 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영화는 현실을 잘 그려내면서 그럴듯한 내지는 있음직한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아예 이 세상을 벗어난 황당한 설정 아래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하면 잘 팔린다고 생각한다. 루시는 후자의 이유로 재밌게 본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전자의 이유로 본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다.이런 오해는 뇌를 생각 또는 지적 활동을 위한 기관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생긴다. 생물학..
바르셀로나에서 2주 동안 the social hub라는 호텔에 묵었다. 대부분의 유럽 유명 관광지에 지점이 있는 호텔 체인인데, 이 호텔의 숙박 경험이 약간 특이하다.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한 달짜리 대중교통 패스 T-usual card를 구매해서 사용하니 이동시간, 교통편 빈도, 주변 편의 시설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원래 면적이 넓지 않아서 사실 어디에 숙소를 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T-usual card를 구매할 때 Zone을 선택해야 하는데 바르셀로나 시내는 거의 대부분 Zone 1 안에 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Zone 1 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교통카드는 1일, 2일, 3일 무제한 패스도 있고, 10회권도 있는데, 이 카드들은 공항 ..
기계가 야구 심판을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 2024.05.02) 라는 기사을 읽었다. 한국 프로야구 경기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하여 기계가 99.9%의 정확도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이후 25살 이하 선수들의 성적 향상이 있다는 부분이 기사의 사실 관계 서술이고, 기자는 사람(주심)의 판정이 엘리트 선수(기득권자라고 보면 될 듯…)에게 유리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사람이 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기계처럼 정확’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보다 정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정확이 무작위라면 그나마 공정하다 할 수 있는데, 오래 같이 보아왔던 선수에 대한 인지상정(人之常情) 때문에 신참에게 불..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에 대한 기본 정보는 구글링을 하면 된다. 내가 느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유럽의 성당들은 기본 평면이 십자가 모양이고 정문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장식을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성당들을 가보면 기본적인 모양새는 다들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 성당의 첫 인상은 동그란 평면 위에 하늘로 첨탑들이 빼곡하게 솟아 올라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부를 들여다 보고 성당을 소개하는 자료들을 보니 평면이 십자가인 건 맞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바닥에 탑들을 높이 올리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탑들을 높이 쌓아 올라다 보니까 덩달아 높을 수 밖에 없는 천장이 만들어내는 성당 내부의 개방감, 웅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