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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놀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왔다. 일요일 오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부터 준비해서 성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관광객 대상의 무료 입장이 아니라 일요일 아침 9시에 열리는 International Mass라는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입장시켜 주는 것이다. 성당 내부를 돌아다닐 수 없고, 입장과 동시에 안내에 따라서 정해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성당 구경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나가기도 애매해서 QR로 알려주는 미사 순서와 기도문을 담은 문서를 다운로드하고 어정쩡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생애 첫 천주교 미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천주교 미사를 전혀 몰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작을 기다리며 미사의 구조, 순서 등에 대해서 폭풍 검색을..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이 생각은 사춘기가 막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되어, 내 마음을 번잡하게 만들고, 대척점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분노를 쏟아내게 만들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생이 힘들어지지만 단연코 이런 생각과 자세는 고달픈 인생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원인 제공자 중 하나다. 나의 경우, 누군가의 생각이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 불편함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는게 억울하기도 해서(내가 옳다고 생각하니까...) 언젠가부터 상대에게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표현은 대부분의 경우 갈등과 충돌로 마무리된다. 물론 아주 드물게 상대가 내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주 드물다. 역지사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굳이 대립할 필요가 없는, 그저..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귀를 쫑긋 기울여 들으면 호주 사람들이 하는 영어도 꽤 알아들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드니에서 연세가 있으신 두 분을 만나고 나서 이런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상황 1. Open? 노천 카페에 앉아 있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두리번거리다가 내게 다가와서 한마디를 던진다.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다. "뭐라고요?"라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다시 이야기 하는데, "아우푼?"으로 들린다. 고개를 갸우뚱 하니까 다시 "아우푼?"이라고 하는데 문득 "open?"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게 "open" 했다고 이야기 드리니까 고맙다고 하시며 가게로 들어오신다. 내가 알고 있는 "open"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장 중간에 저 단어가 들어있었으면 ..
몇 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의 컨셉을 고민하다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관람'으로 결정했다.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오페라 관람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근사한 이미지로 머리 속에 남아있어서 살면서 한번은 해보고 싶은 이벤트로 오페라 관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왕이면 잘 알려진 유명한 극장,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싶었다. 공연이 목적이 아니라 공연을 보는 나의 모습이 목적이다. ㅋ 호주는 여름에 방문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해서 호주의 초겨울인 5, 6월에 여행하기로 했다. 그 기간 중, 6월 초에 비비드 시드니, Vivid Sydney 라는 축제가 있다고 해서 뭔가 볼거리가 있겠거니...하고 그 시기에 날짜를..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1974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Cargo Cult Science"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문, Cargo Cult Science을 읽어볼 수 있고, 유튜브, Cargo Cult Science" by Richard Feynman에서 들을 수도 있다(성우가 읽어 주는 듯...). ⌜발견하는 즐거움. 2001. 승산.⌟이라는 책의 9장에 전체 번역이 있는데, 그걸 블로그에 올려두신 분이 있으니(저작권에 안 걸리나?) 참고하면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태평양 지역의 몇몇 섬 주민들이 전쟁 중에 미군이 수송기와 배를 통해 물자와 기계를 들여오는 것을..
2022.10.24. 오전 11시경 아버지를 요양 병원으로 모셨다. 아버지는 1933.4.1.(음력)생으로 우리 나이로 아흔이다. 2012년부터 치매 예방약을 드시고, 2018년 즈음 치매 진단을 받으셨고 올해 6월 경부터 당뇨약을 드신다.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상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9월 8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는데, 심한 기침 등에서는 회복되셨지만 열흘이 지나도 여전히 입 맛이 없어 음식을 잘 못드시고 기력이 없으셔서 9월 19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입원하셔서 돌봄을 받으시면 집에 계신 것보다는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병원에서도 선선히 입원을 하시라고 하면서 X-ray 등 꽤 루틴해 보이는 검사를 몇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