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놀자!!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을 찾아볼까? 본문
가끔 외국 신문에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을 주워서 횡재한 사람의 기사가 나오는데 향고래(sperm whale)의 토사물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하게는 배설물입니다. 용연향이 향수인 줄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좋은 품질의 용연향은 약간의 향이 있기도 하지만 이걸 향수에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향을 붙잡아서 사람의 피부에 오래도록 향을 머무르게 하는 역할 때문입니다.
예전에 포경선에서 향고래를 잡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내장에 있는 용연향을 찾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 용연향을 향고래가 처음 배설했을 때는 당연히 역한 냄새가 많이 날텐데 오랜 시간동안 물 위를 떠 다니며서 역한 냄새들은 사라지게 되는데 그래도 어지간하면 배설물 냄새는 꽤 난다고 합니다.
용연향의 주요 구성 물질은 ambrein이라고 불리는 triterpene alcohol인데, 바다 위에 오랜 시간 동안 떠 다니면서 광산화 과정을 거쳐 gamma-dihydroionone로 분해되고, 여기에 methylene group이 첨가되어 바다 냄새를 풍기게 되고, 여기에 탄소 고리가 하나 더 추가되면 alpha-ambrinol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용연향의 핵심 성분은 ambergris-oxide 또는 naphthofuran이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1
보통 수십년 동안 물 위를 떠 다녀야 위에서 설명한 제대로 된 용연향이 됩니다. 고래를 잡아서 내장에서 바로 꺼냈거나 배설된지 얼마 안된 용연향은 냄새도 나고 아무래도 값어치가 떨어지겠죠?
스위스의 Firmenich라는 향수회사가 2013년 대장균을 이용해서 sclareol이라는 diterpene alcohol을 생산해서 naphthofuran을 합성하고 있어서 용연향의 대체품이 만들어졌지만 최고급 향수에는 여전히 진품만 쓴다고 합니다.
Kg 이상이 되는 용연향을 줍게 되면 가격이 엄청나기 때문에 유명한 향수 회사에 직접 첩촉해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향고래가 CITES 부속서 I에 등재되어 있어서 그 부속물인 용연향도 환경부에 신고하고 팔아야(수출)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이제부터 바닷가를 걸을 때 횡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을건데 어떤 화학적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바다를 얼마나 떠 다녔는지에 따라서 색깔 등 겉 모습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겉 모습만으로 용연향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한 덩어리를 발견하면 일단 물에 뜨는지를 알아보고 뜨겁게 달군 쇠꼬챙이 같은 것을 거기에 대었을 때 닿은 부분이 액체로 녹아 흐르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용연향이 될 기본 조건은 갖춘거죠. 따라서 이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무조건 용연향이 아닌거죠.
그럼 이제부터 바닷가를 산책하실 때 주의 깊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화학 관련 정보는 여기를 참조했다. https://www.chemistryworld.com/podcasts/ambergris/6598.articl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