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을 읽자! (74)
바닷가에서 놀자!!
아주 오래 전에 두 권으로 된 묵직한 안나 카레니나를 사서 읽다가 첫 번째 권을 다 못 읽고 덮었었다.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로 느껴졌고 번역도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러다가 거의 5개월에 걸쳐서 읽었다. 그것도 영어로 읽다 보니 제대로 읽었는지도 잘 모르겠다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그렇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라는 책의 첫 문장은 굉장히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평범이 이루지 못한 세속적 야망의 변형된 형태이고..
한국에서 출판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던 책으로 기억한다. 신문에 난 서평을 읽고서는 개인의 성공에 기여하는 환경 (1월 생이 많은 하키 선수)이나 노력 (10,000시간의 법칙= 10년의 노력)에 대한 설명이 타당할 뿐 아니라 저자의 이야기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읽을 시간을 내지는 못했다. 책 전체에 흐르는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 (여기서는 주로 개인의 성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상호 작용해야 하며, 거기에는 ①우연 (개인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거나 세대 전체가 누리는 환경)도 작용하고, ②문화적으로 물려 받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산도 있고, ③당연히 개인의 재능도 따라야하고, ④10,000시간으로 요약되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주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
Stephen Jay Gould가 1981년에 쓴 책이다. 원 제목의 뜻을 전달하고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잘못된 척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부제를 달아 놓았다. 나도 아무리 봐도 뭐가 좋은 한글 제목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책의 중심 줄거리는 진화론이 나타나고 나서, 진화를 목적성이 있는 진보의 개념으로 간주하고 인간을 진보의 정점에 두면서, 인간 집단을 다시 여러 인종으로 나누어서 인종간 서열화를 추구하면서 여러 학자들이 행했던 잘못된 인간성 내지는 인간의 우수성에 대한 측정 (Measure)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오류를 밝히고 있다. 앞에서 부터 주욱 읽어나가면 시간이 지나가면서 인간성에 대한 척도를 시대별로 무엇을 사용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과학자이자 의사인 사무엘 조지 ..
저자는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이고 번역자는 이명희다. 영어 부제는 "The Spread of Excellence from Plato to Darwin"인데, 번역서 부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이다. 원래 쉽게 잘 쓰여진 책이라고 하는데, 번역도 좋다. 굴드의 부제는 진화에 따른 생물의 우수성이 플라톤의 철학에서 말하는 하나의 이상향 (Idea),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따른 진보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 향할수 밖에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과정에 따른 우연한 결과라는 의미에서 쓰여졌다. 번역자 이명희의 부제는 그러한 굴드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종합해서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쓰여졌다. 번역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도..
몇해 전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책인데, 이 세계를 소수의 그룹이 움직인다는 음모론이라고 해서 그러려니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되었다. 언제나 음모론을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가 흥미를 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미국 달러의 속성이다. 언젠가 미국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은 달러 인쇄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천문학적인 부채를 이야기 하는거라 생각하고 피식 웃은 적이 있는데 내막을 알고 나니 좀 당황스럽다. 화폐를 발행하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Federal Reserve Bank, FRB)이 민간 은행이고,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담보로 FRB가 달러를 찍어낸다. 따라서 미국정부 실상은 미국 국민들이 화폐유통을 위해서 FRB에 국채 이자를..
책 제목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베낀것 같아서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근데 영어 제목을 보니 "다윈"을 베끼셨다. 한글 제목도 작명이 잘 된듯 하다. 많은 학자들이 자연선택을 설명하면서 곤란을 겪은 부분이 이타성이다. 한때 집단선택이라는 개념도 유행했었고, 도킨스는 개체가 아닌 개개의 유전자를 생존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여 유전자의 생존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사회성을 돌아보면서 인간 사회의 이타성을 설명한다. 개미나 꿀벌 같은 친족 공동체, 유사한 유전자로 이루어진 사회는 상호협동의 이유가 뚜렷하다. 공동체의 생존이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방법이기 때문에 생존 전략으로 타당하다. 그렇다면 유전자의 생존으로 설명이 깔끔하게 되지 않는 고등생물의 ..
2011년 12월 이후 휘발유 판매가가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책을 펼쳤다.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인데, 석유가 고갈되는건 당연한 일이고 내가 살아가는 그 짧은 동안 석유가 없어지랴? 하는 생각에 그다지 관심을 안 가지던 종류의 주제였다. 근데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석유 고갈에 대한 증거와 아껴쓰라는 경고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지구 생태계와 그 안에서의 에너지 흐름, 문명의 번성과 붕괴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하고 있다. 그 후에 석유가 얼마나 낭비되었고, 고갈되고 있는지 자료를 제시하고 아껴쓰자는 말을 하고 있다. 생태계를 에너지의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극상에 이른 생태계는 아주 많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저자는 2차 대전 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며 전쟁을 바로 옆에서 느끼며 자랐고, 산부인과 전공의가 된 후에 가족계획, 특히 전쟁 중 성적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많이 했으며, 현재는 UC 버클리 가족계획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전쟁은 끔찍한데,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전쟁의 가장 핵심적 요인 중 하나인 젊은 남성의 공격 성향은 번식에 이점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강하게 유전이 되었으며, 원숭이부터 시작해서 인류가 치르는 전쟁, 테러까지 다양한 예를 들면서 앞서 말한 내용에 대한 설명을 참 잘 해주신다. 좀 길게도 느껴 진다. 그 예들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저자는 (과거야 어찌되었든) 현재는 그러한 전쟁 성향의 발휘로 인해서 얻는 이점이 없으니, 유전자..
"스티븐 핑커"의 책을 읽기로 하고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다가 전작에 대한 언급이 자꾸 나와서 이걸 먼저 읽었다. 책의 각 장이 참 재미있는데 모두를 하나로 꿰어서,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연 언어는 본능이구나!"하는 깨우침이 팍 생기지는 않는다. 불성실하게 읽었거나 이해를 위한 자질이 모자라거나 둘 중 하나려니 생각한다. 다행히 내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마지막 13장 "마음의 설계도"에 종합 정리를 해 두셨다. 책 전반에 흐르는 기본 논리는 음소와 그것을 만들고 발음하는 방법에서부터, 단어 형성과 사용법, 문법의 형성과 사용이라는 언어를 구성하고 사용하게 하는 모든 과정에는 학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본능이라는 장치, 정신적 모듈이 두뇌 속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말 수 많은 예를..
만화로 통계학의 기본을 알려준다고 해서 책을 펼쳤는데, 하버드 대학에서 추천한 책이라더니 절대 쉬운 책은 아니다. 대학에서 통계학 입문 강의용으로 써도 될만한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 책만으로 뭔가를 깨우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통계에 대해서 이것 저것 이미 알고 있다면 전반적인 흐름을 잡기에 좋은 책이다. 책의 목차를 가만히 보면 보통의 통계학 책이랑 순서는 거의 동일한데,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쉽게 다가온다. 이 책은 절판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판된 책이 있다. 시리즈로 물리 화학 등도 있던데 재미 있을라나?